축구 코칭은 예술인가, 과학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20년간의 연구를 돌아보는 흥미로운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Williams & Hodges (2023)의 연구는 축구 코칭에서 널리 퍼져있는 "오해"들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효과적인 스킬 습득을 위한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제시합니다.
20년 전의 "오해"들: 전통 vs 과학
2005년에 발표된 논문에서 Williams와 Hodges는 축구 코칭에서 널리 사용되던 5가지 "오해"를 지적했습니다:
시범은 항상 효과적이다 - 선수들에게 기술을 가르칠 때 시범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믿음
특정 기술의 반복 연습이 필수다 - 한 가지 기술을 계속 연습해야 한다는 믿음
코치의 피드백은 자주, 상세하고, 즉시 제공되어야 한다 - 더 많은 피드백이 더 좋다는 믿음
지시적 코칭이 발견학습보다 항상 좋다 - 코치가 직접 가르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믿음
게임 지능은 연습과 지도가 불가능하다 - 축구 IQ는 타고나는 것이라는 믿음
이 논문은 822회 인용되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러한 "오해"들이 여전히 코칭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우려입니다.
20년간의 발전: 변화와 한계
좋은 소식은 일부 진전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일부 스포츠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게임 관련 활동 증가: 코치들이 점점 더 실제 경기와 유사한 형태의 훈련을 사용
발견학습 방법 증가: 지시적 코칭보다는 선수들이 스스로 발견하도록 하는 방법 증가
피드백 제공 감소: 과도한 피드백보다는 적절한 수준의 피드백을 제공하는 경향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한계가 존재합니다. 전문 스포츠 조직에서 스킬 습득 전문가를 고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 생체역학, 데이터 분석, 체력 훈련 등의 추가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채용됩니다.
새로운 프레임워크: SAFE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SAFE (Skill Acquisition Framework for Excellence) 프레임워크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5가지 핵심 행동 지점으로 구성됩니다:
1. 장기 학습과 단기 성과의 균형 찾기
가장 중요한 통찰은 성과와 학습의 차이입니다. 성과는 관찰 가능한 행동으로 일시적이고 단기적이지만, 학습은 상대적으로 영구적인 기술적 행동 능력의 변화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높은 수준의 지시, 반복적 연습, 빈번한 피드백이 단기 성과는 향상시키지만 장기 학습에는 불리하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낮은 지시, 가변적 연습, 적은 피드백은 단기 성과는 떨어뜨리지만 장기 학습에 유리합니다.
2. 연습의 질에 집중하기
단순히 시간을 쌓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 연습(Deliberate Practice)이 중요합니다. 이미 잘 익힌 기술을 반복하는 "유지 연습"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성장 연습"은 완전히 다릅니다.
도전점 프레임워크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에 비해 새로운 정보의 잠재력이 높은 환경(도전적 환경)이 학습과 성장에 최적입니다. 이는 성장 구역에서는 학습이 높게 일어나고, 유지 구역에서는 이미 숙달된 기술을 반복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3. 경쟁 환경에 특화된 연습 조건 만들기
특이성의 원칙에 따르면, 연습과 경쟁 간의 유사성(기술적, 전술적, 생리학적, 심리학적)이 높을수록 전이 효과가 커집니다. 감각 정보, 감정적 상태, 인지적 과정이 축구 경기 환경과 유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축구에서 미드필더의 의사결정 기술을 훈련할 때, 3대3 소규모 경기에서는 반복 기회는 많지만 실제 경기의 전술적 요구는 낮습니다. 반면 11대11 경기에서는 특이성은 높지만 반복 기회는 적습니다. 이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4. 개인차 고려하기
모든 선수가 같은 방식으로 학습하지 않습니다. 재투자(reinvestment) 성향, 작업 기억 용량, 동기와 자신감, 그릿과 회복력 등이 학습에 영향을 미칩니다.
재투자란 무엇인가?
재투자는 "너무 많이 생각해서 오히려 성과가 떨어지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이미 익숙한 슈팅을 할 때 "발목을 돌려라", "무게중심을 낮춰라" 같은 기술적 지시를 머릿속으로 되뇌이며 수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선수들은:
코치의 구체적인 기술적 지시를 많이 받고 싶어합니다
중요한 순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다가 실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움직임보다는 의식적으로 기술을 분석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재투자 성향이 높은 선수들에게는 더 적은 지시와 더 많은 발견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5. 학습 촉진하기
OPTIMAL 이론에 따르면, 외부 주의 초점,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 학습을 최적화합니다. 외부에 집중하는 지시(예: "공을 골대 안으로 차라")가 내부에 집중하는 지시(예: "발목을 돌려라")보다 효과적입니다.
제약 주도 접근법(Constraints-led Approach)은 규칙이나 장비 수정을 통해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작은 공을 사용하거나 특정 구역에서만 득점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제약을 통해 선수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도록 유도합니다.
실무적 시사점
이러한 발견들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1. 코치 교육의 개선 필요성
스킬 습득 원칙이 코치 교육 커리큘럼에 더 체계적으로 통합되어야 합니다. 현재 많은 코치들이 전통적인 방법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법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스킬 습득 전문가의 역할
한국 축구계에서도 스킬 습득 전문가의 역할이 명확해져야 합니다. 코치와는 상호 보완적 관계여야 하며, 코치의 경험과 스킬 습득 전문가의 과학적 지식이 결합되어야 합니다.
3. 개별화된 훈련 접근
모든 선수가 같은 방식으로 학습하지 않으므로, 개별 선수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훈련이 필요합니다. 특히 재투자 성향, 동기, 자신감 등을 고려한 개별화된 접근이 중요합니다.
4. 장기적 관점의 중요성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 학습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는 특히 청소년 축구에서 중요하며, 즉시적인 결과보다는 선수의 장기적 발전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결론: 과학과 예술의 조화
축구 코칭은 예술이면서도 과학입니다. 전통과 직관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SAFE 프레임워크는 이러한 조화를 위한 실용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코치들이 이러한 원칙들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고,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발전하는 것입니다. 20년 전의 "오해"들이 과학으로 대체된 것처럼, 오늘날의 관행들도 미래에는 새로운 발견들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주원우 🫡
참고 문헌
Williams, A. M., & Hodges, N. J. (2023). Effective practice and instruction: A skill acquisition framework for excellence. Journal of Sports Sciences, 41(9), 833-849. 🔗 논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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