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서 코치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기술(기본기)을 연습해라", "기술(기본기)이 부족하다", "기술(기본기)을 향상시켜야 한다" 등등.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기술(기본기)'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흥미롭게도 영어에서는 'technique'와 'skill'을 구분해서 사용하지만, 한국어에서는 둘 다 '기술(기본기)'이라고 번역되어 혼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최근 발표된 연구가 이 혼동을 명확히 정리해주었습니다. 테크닉(technique)은 단순한 동작 패턴이고, 스킬(skill)은 그 테크닉을 상황에 맞게 적응시키는 능력이라는 것입니다.
테크닉과 스킬, 무엇이 다른가?
테크닉(Technique): 신경근 시스템이 움직임을 위해 조직화하는 방식, 즉 조정 패턴입니다. 예를 들어, 인스텝 킥을 할 때 다리와 발의 움직임 순서, 각도, 타이밍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스킬(Skill): 그 테크닉을 특정 상황에 맞게 적응시켜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입니다. 같은 인스텝 킥이라도, 공격 상황에서는 강하게, 패스 상황에서는 정확하게, 그리고 다양한 각도와 거리에서 적응시킬 수 있는 능력이 스킬입니다.
쉽게 말해서, 테크닉은 "어떻게 하는가"이고, 스킬은 "언제, 어디서, 왜 그렇게 하는가"입니다.
전문가들도 모두 다르게 움직인다
가장 흥미로운 발견은 전문가들도 동일한 동작을 완전히 똑같이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탁구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같은 토핑스핀 포핸드를 할 때도 각자 다른 조정 패턴을 사용합니다. 어떤 선수는 팔꿈치를 더 많이 사용하고, 어떤 선수는 손목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인스텝 킥을 해도 선수마다 다리 각도, 발목 움직임, 상체 기울기 등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그런데 모두 성공적인 킥을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바로 테크닉과 스킬의 핵심 차이입니다. 테크닉은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개인마다 다른 해결책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왜 이런 혼동이 생기는가?
한국어에서 '기술' 또는 '기본기'라는 단어가 너무 포괄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영어에서는:
테크닉(Technique): 구체적인 동작 방법
스킬(Skill):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
이렇게 명확히 구분하지만, 한국어에서는 둘 다 '기술(기본기)'로 번역되어 혼동을 일으킵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대한민국 축구계에서 '기술(기본기)’을 동일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기술(기본기)이 좋다", "기술(기본기)이 탄탄하다", "기술(기본기)을 연마해야 한다" 등등. 이 모든 표현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호합니다.
예를 들어, "그 선수는 기술(기본기)이 좋다"라고 할 때:
테크닉이 좋다는 의미인가? (동작이 정확하다)
스킬이 좋다는 의미인가? (상황에 적응을 잘 한다)
이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코칭에서도 혼동이 생깁니다. 한국에서는 이를 어떻게 구분해서 표현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무적 시사점
이러한 구분이 축구 현장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개별화된 접근의 중요성: 모든 선수가 같은 테크닉을 똑같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각자의 조정 패턴을 개발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상황별 훈련의 필요성: 단순히 테크닉을 반복 연습하는 것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그 테크닉을 적응시키는 훈련이 중요합니다.
적응성 개발: 선수들이 자신만의 테크닉을 다양한 상황에 맞게 변형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합니다.
평가 기준의 변화: "올바른" 테크닉보다는 "효과적인" 스킬을 평가해야 합니다.
코칭 언어의 정확성: 코치들이 테크닉과 스킬을 구분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용어 정리의 필요성: '기술(기본기)', '테크닉', '스킬' 등의 용어를 명확히 정의하고 일관되게 사용해야 합니다.
아직 남은 과제
이 연구는 중요한 개념적 구분을 제공하지만, 몇 가지 한계점도 있습니다. 축구 현장에서 테크닉과 스킬을 구분해서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도구가 부족하고, 개별 선수의 조정 패턴을 분석하는 방법이 복잡합니다. 또한, 코치들이 이 구분을 실제 훈련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특히 대한민국 축구계에서는 '기술(기본기)', '테크닉', '스킬' 등의 용어가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어, 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일관된 용어 사용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이 시급합니다.
결론
테크닉(technique)과 스킬(skill)은 같은 '기술(기본기)'이 아닙니다. 테크닉은 동작의 방법이고, 스킬은 그 동작을 상황에 맞게 적응시키는 능력입니다.
모든 선수가 똑같은 테크닉을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자가 자신만의 효과적인 테크닉을 개발하고, 그것을 다양한 상황에 적응시킬 수 있는 스킬을 키우는 것입니다.
앞으로 "기술(기본기)을 연습해라"고 말할 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는건 어떨까요? 단순한 동작 반복인가, 아니면 상황 적응 능력 개발인가?
이 구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진정한 선수 개발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주원우 🫡
참고 문헌
Bennett, K. J., & Fransen, J. (2024). Distinguishing skill from technique in football. Science and medicine in football, 8(4), 397-400. 🔗 논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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